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 출시 효과와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어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2분기다.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량이 줄어드는 시기인 데다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등 전반적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9.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소폭(0.15%) 감소했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도 5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 전망보다 양호한 실적을 냈다.
1분기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 호조가 꼽힌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 4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인 21일 만에 국내에서 100만대를 판매했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하면서 가격은 동결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역시 PC와 모바일 수요 증가로 메모리 업황이 개선된 영향이 실적에 반영됐다.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으로 스마트폰과 PC 판매량이 증가했고, 관세 적용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수요가 증가한 점도 D램 출하량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선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다만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비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스마트폰은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어들어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출시 초기에 판매가 집중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분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5 엣지 수요도 불투명하다. 이미 갤럭시 S25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관세 영향으로 세트 수요가 부진해지면 연쇄적으로 수요 감소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을 사재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속도 조절하고 있는 모습도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는 국가별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졌지만 품목별 관세 도입이 예고돼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뚜렷한 개선 가시성이 제한되는 가운데, 전체 영업이익은 1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며 “HBM 주요 제품 출하 확대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바일 사업부의 성적에 따라 전체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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