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지닌 ‘미분화 세포’다. 미분화라는 건 아직 무엇이 될지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은 어린 세포라는 뜻이다. 줄기세포는 몸속에 내장된 자연 치유 공장과도 같다. 과거엔 몸이 노화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한계가 명확하다고 여겼지만 오늘날 의학계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그 한계를 극복하려고 연구한다. 1990년대부터 줄기세포와 유전자를 연구한 나도 줄기세포 자체가 가진 분화 능력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히 헤아리기 힘들다.
최근 한 70대 노인이 무릎 관절염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들다며 병원을 찾았다. 그는 이미 여러 번의 주사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하지만 자기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받은 후 몇 달 만에 등산을 할 수 있게 됐다.
심근경색으로 심장 근육이 크게 손상된 50대 남성도 마찬가지다. 기존 치료로는 심장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웠는데 줄기세포 주입 후 심장 기능이 크게 개선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줄기세포는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이처럼 효능을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는 강력한 분화 능력이 있지만 윤리적 문제로 인해 활용이 제한적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세포 등을 이용해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방식이나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았다. 현재 가장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건 성체줄기세포다.
이중 골수 줄기세포는 조혈모세포와 중간엽줄기세포로 나뉜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며 중간엽줄기세포는 뼈 연골 근육 신경 등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특히 중간엽줄기세포는 항염 작용이 뛰어나고 면역 조절 기능이 있으며 손상 조직을 재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이유로 골수줄기세포는 관절염 심장병 신경질환과 노화 방지 치료에도 활용된다.
골수 줄기세포의 강력한 재생 능력은 그 안의 여러 사이토카인과 성장인자 덕분이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조직 재생을 돕는다. 특히 인터루킨(IL-10)과 종양괴사인자(TNF-α), 인터페론(IFN-γ) 등이 면역 균형을 유지하며 손상된 조직을 보호한다. 또한 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성장인자는 조직 재생과 세포 분화를 촉진한다.
대표적인 성장인자로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와 표피성장인자(EGF),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등이 있다. 이들은 혈관 생성을 촉진하고 피부와 연골을 재생해 전반적인 세포 활성도를 높인다. 이들 요소는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 노화로 감소하는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엔 골수 줄기세포의 이식이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고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요즘 줄기세포와 연관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요소는 엑소좀(exosome)이다. 엑소좀은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소포체(세포소기관)로 세포 간 정보 전달을 담당한다. 과거엔 단순한 세포 찌꺼기 정도로 여겨졌던 엑소좀이 조직 재생과 항노화 작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최근 연구로 밝혀졌다. 엑소좀은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켜 피부 탄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골수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은 신경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줄기세포는 인류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노화로 인해 감소하는 줄기세포를 보충하면 신체 기능이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줄기세포는 하나님이 모든 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 중 하나다. 이 위대한 선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는 생명 연장과 무병장수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앞으로는 백세 시대가 아닌 12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열쇠는 줄기세포가 쥐고 있다.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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