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위기 속 교회는 환대와 돌봄의 기능을 회복하고 전도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게 그들을 초청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회장 이기용 목사)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변화하는 시대 속 변함없는 사명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정치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시대에 목회자가 성도를 바르게 인도하고 교회의 사명을 되짚기 위해 열렸다.
교회가 가야 할 ‘제3의 길’
첫 번째 기조 강연자 이재근 광신대 교수는 세상과 타협하지도, 고립되지도 않았던 초대교회 행보를 ‘제3의 길’로 분류했다. 이 교수는 “역병의 유행 속에서 목숨 걸고 이웃을 돌본 초대교회처럼 지금 한국교회도 섬김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의 길’을 걸어간 초대교회는 세상과 단절하지 않고 환대와 돌봄으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기독교를 거부해 훗날 배교자로 불렸던 로마 황제 플라비우스 클라우디우스 율리아누스(331~363)조차 ‘나그네를 너그럽게 대하고 죽은 자의 무덤을 관리하며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까지도 구제한 기독교인’의 행동을 언급할 정도였다. 이 교수는 “2~3세기 대규모 전염병 창궐 시 병든 자들을 돌본 기독교인이라는 ‘브랜드’가 빠른 기독교 확산의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최근 일각에선 광장을 점령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신앙을 말한다”며 “극단적 대립과 불신이 만연한 시대일수록 교회는 말씀(Word)을 붙들고 동시에 세상(World)을 깊이 이해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활언어 활용한 ‘맞춤전도’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두 번째 기조 강연에서 교회가 전도 대상자들에게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맞춤전도’를 강조했다. 20년 넘게 온누리교회가 진행하는 맞춤전도는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생활언어를 활용해 전도 대상자의 필요와 복음의 접촉점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 목사는 “문화와 교회, 복음이 조화를 이뤄야 전도가 된다”면서 “오직 교회와 복음만을 강조하면 근본주의가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도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게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누리교회는 30대 남성을 위한 맞춤전도 ‘챔피언’을 비롯해 40대 남성 ‘비상구’ 50대 ‘브라보’ 60대 ‘앙코르’ 등을 진행했다. 지난 23년간 2만5600여명이 참석해 1만6418명(64%)이 결신하는 열매를 맺었다. 이 목사는 “맞춤전도의 핵심은 철저하게 ‘대상자 중심’이라는 것”라면서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 맞춤전도가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서는 허요환(안산제일교회) 김형근(순복음금정교회) 박명룡(청주 서문교회) 오영대(순복음축복교회) 고신원(신월동성결교회) 이요한(수원순복음교회) 목사 등이 특강을 통해 돌봄 설교, 교회 성장, 변증 목회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세미나에 참석한 도강록 퇴계원성결교회 목사는 “환대 공동체가 21세기 한국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재근 교수의 강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며 “직접 목회하며 현장을 경험해 본 이들이 강사로 나서 강의에 더욱 몰입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회예배 설교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맡았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고문인 이 목사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었다. 이 목사는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는 인간 중심적 주장들이 대립을 양산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나와 다르면 적이 되는 풍토가 사라지고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며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나가는 데 크리스천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은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려는 초교파 목회자 모임으로 2015년 시작돼 지난해 재출범했다. 회장 이기용 목사는 “목회자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며 건강한 교회와 사회를 세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미 손동준 장창일 최기영 박윤서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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