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통화하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왕 부장은 “알아서 잘 처신하라”는 훈계성 사자성어를 사용해 미국의 반중 행보에 경고를 보냈다.
2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24일 루비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이견을 적절히 다루고 협력을 확대하며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며 “중국은 대만의 분리·독립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대만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루비오 장관이 왕 부장에게 “미·중 관계가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고 강조하면서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이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미국 국민을 최우선에 놓는 미·중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도 적시했다.
중국 언론들은 왕 부장이 루비오 장관에게 “알아서 잘 처신하고(好自爲之·호자위지) 중국과 미국 양국 인민의 미래와 세계 평화 및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했다. ‘호자위지’는 중국 고전 ‘회남자’에 나오는 표현으로 교사나 상급자가 학생이나 하급자에게 예의 바르고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훈계할 때 주로 사용한다.
중국 외교부는 영문 발표문에서 이를 ‘알맞게 행동하라(act accordingly)’로 번역했지만, 미국 발표 자료에는 이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매체 베이징르바오는 ‘루비오가 호자위지의 뜻을 알아들었을까’라는 제목의 객원논설위원 칼럼에서 “루비오는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강경하고 비합리적인 반중파로 대만·홍콩·티베트 문제 등에 개입해 왔다”며 “호자위지는 루비오에 대한 매우 적절한 경고이자 충고”라고 풀이했다. 매체 지신원도 “호자위지라는 경고성 성어가 중국 외교부장과 미국 국무장관의 고위급 외교 대화에 등장한 것은 확실히 이례적”이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정 결심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미국에 보내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충돌에 대해 우려를 표했을 때도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말라”면서 호자위지 표현을 사용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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