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를 요구하자 “구체적으로 누구의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다”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 8명가량의 이름을 들며 부적절한 행위와 공공기관장 내정설 등을 지적했으나, 윤 대통령은 반박하거나 구체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이런 인적 쇄신 문제를 비롯해 김 여사와 관련해 제기된 다양한 이슈와 해법에 대해 적잖은 인식차를 확인했다. 정국 ‘태풍의 눈’인 김 여사 문제를 두고 당정 간 괴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향후 특검법 처리 등을 둘러싼 야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라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반드시 어떤 귀책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심 악화를 언급하며 “다음번에는 김 여사 특검법 가결을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우려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 당 의원들 생각이 바뀌어 야당 쪽과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 특검법은 악법임이 분명하며, 여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지도부는 당연히 이탈표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회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두 번째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이 재표결 결과 부결·폐기됐지만 여당 내 이탈표가 4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집사람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 하니 더 자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대표는 이런 답변들을 건의안이 전부 거부된 것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인천 강화 풍물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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