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명태균씨가 15일 페이스북에 김 여사와 과거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를 올렸다. 명씨가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부터 본선까지 여러 단계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자기 목적에 맞게 조작했을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가열되던 시점에서다. 정치권에선 명씨가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집중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물타기’ 전략을 편다는 분석도 나왔다.
명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확한 대화 시점이나 주제를 특정하기 어려운 카톡 메시지 캡처 사진을 올렸다. 대화 상대방은 ‘김건희/여사님(윤석열대통령)’이라는 대화명으로 저장돼 있었다.
대화를 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너무 고생 많으세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ㅠ”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 드릴게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 등으로 말했다.
명씨는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누군지 설명을 달지 않았다. 대신 최근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겨냥한 듯 “보수 재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런 나보고 사기꾼?”이라며 “민의를 배신한 너희들이 진짜 사기꾼”이라는 글을 올렸다.
명씨가 공개한 대화는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윤 대통령으로 읽히면서 대통령 부부의 위신 논란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씨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고 설명했다. 또 대선 경선 6개월 동안 윤 대통령 부부와 거의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는 명씨 말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여권은 명씨가 판을 흔들려는 목적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의 과거 발언이 육성으로 공개되면서 공천개입 의혹이 20대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여론조사 의혹까지 제기되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김 여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가 현재 사실과 거짓을 섞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불 지르고 다니는 것은 자신의 허물을 덮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속셈”이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정황도 곳곳에서 공개되고 있다. 인터넷 매체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의 2021년 9월 29일 통화에서 명씨는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포인트)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지시한다. 또 “젊은 아들 있다 아입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를 올려갖고, 2~3% (포인트)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구체적 방법도 일러준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명씨가 2022년 2월 28일에도 강씨에게 미공표 자체 여론조사를 지시하면서 당시 실제 인구 구성비가 아닌 19대 대선 때의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버전을 따로 만들 것을 시키는 내용의 녹음 파일이 있다. 강씨 법률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는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라며 “명씨가 신용불량자에 전과도 있어서 김 전 의원 5촌 친척에게 (등기상 대표를) 시켰다”고 말했다.
정현수 이경원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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