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 중국 지리자동차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를 탑재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지리자동차는 최근 배터리 제조사 SK온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폴스타는 ‘폴스타4’ 출시 행사에서 중국 CATL 배터리 탑재 사실을 공개하며 수없이 테스트를 거쳤기에 안전성을 자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신차 출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앞서 현대차·기아 등 중국산 배터리 사용 비중이 낮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10개 차종 중 2개에만 중국 CATL 배터리를 사용하는 BMW가 가장 먼저 정보 공개에 나섰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불안감 해소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다 보니 비중이 낮은 업체 순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실명제가 관행으로 자리잡으면 완성차 입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사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국내 시판 중인 모든 전기차를 대상으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권고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가 2026년 1분기 자동차 인도를 목표로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차종이나 어떤 배터리를 탑재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선정하는 과정은 공개 입찰 과정을 거치며 수년이 걸린다. 다만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제품 사양이나 가격을 설계할 경우 라인 조정 등을 통해 비교적 단기간에 대응할 수 있다.
지리자동차는 최근 SK온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20일에는 지리자동차 기술·연구개발 임원진이 SK온의 충남 서산공장을 방문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저장지리홀딩그룹 임원진이 SK 본사를 찾아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등과 모빌리티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나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 탓에 지리자동차가 한국 진출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지리자동차 입장에서는 진출 시기가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