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지난 6월 2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7월부터 가산금리를 잇따라 올리며 가계대출 증가 방어에 나섰지만 시장금리 하락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4.71%로 전월보다 0.07% 포인트 낮아졌다. 기업대출이 4.88%로 0.02% 포인트 빠졌고, 가계대출은 4.26%로 0.23% 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대출에서는 주담대(3.71%)와 일반 신용대출(6.04%)이 각각 전월보다 0.20% 포인트, 0.07% 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째 하락세이며, 2021년 12월(3.63%) 이후 30개월 만에 최저치다.
대출금리가 하락하는 이유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은행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주담대 지표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등이 떨어지면서 국내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도 전월보다 0.04% 포인트 하락해 3.51%였다. 순수저축성예금이 0.03% 포인트, 금융채·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금융상품이 0.06% 포인트 내렸다.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20% 포인트로 전월(1.23% 포인트)보다 소폭 줄었다. 대출금리 하락 폭이 더 컸던 탓이다.
금리 하락이 지속하면서 가계부채도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5조3415억원 증가한 708조5723억원으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7월에도 25일 기준 713조3072억원을 기록해 한 달도 안돼 4조7349억원이 증가했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가산금리를 조정해 주담대 금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KB국민·신한·우리·케이뱅크 등이 7월에만 주담대·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세 차례 인상했다.
정부도 정책대출 상품 금리를 손보며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날부터 디딤돌·버팀목 대출 이용자들이 한도의 30% 이하로 대출을 신청하면 금리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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