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 ‘슈퍼 사이클’ 밀물이 국내 전력기기 업계로 들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 높이 뜬 배가 있다. 중대형 변압기 생산 비중이 높고 미국 현지 생산 공장 가동률이 높은 HD현대일렉트릭이 호황기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업체들은 올해 2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데이터센터 증가와 전기화 추세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미국 내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더해진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HD현대일렉트릭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한 9169억원, 영업이익은 257% 늘어난 2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2.9%로, 경쟁사인 LS일렉트릭(9.6%)과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8.7%)보다 2배 이상 높다.
호실적의 원인으로 HD현대일렉트릭의 생산 제품군이 중대형 변압기 위주인 점이 꼽힌다. 대규모 발전소나 원거리 송전에 사용되는 중대형 변압기는 전력 공사 현장에 맞춰 주문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대량 생산이 어렵다. 수요가 늘어나면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빠르게 올라 ‘귀한 몸’이 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대형 변압기 수출액은 1억3826만 달러(약 191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으며 수출 단가는 1t당 1만3420달러(약 1859만원)로 14% 늘었다. 반면 LS일렉트릭은 배전 분야에 사용되는 중저압 변압기 생산 비중이 높아 효과가 덜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3사 중 미국에서 가장 큰 변압기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어 수익성이 높은 미국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주효했다. 앨라배마 공장 덕분에 HD현대일렉트릭 매출에서 북미 시장 비중은 1분기 28%에서 2분기 35%로 확대됐다. LS일렉트릭은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이 없어 한국에서 생산한 변압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 멤피스 공장을 2019년에 인수한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60~70%에 머문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력기기 3사는 호황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공장에 변압기 전문 보관장을 준공해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고 28일 밝혔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생산 법인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라 679억원을 투자했다. LS일렉트릭은 800억원을 투자해 부산 공장의 초고압 전력기기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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