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이어진 집중호우에 주민이 실종되고 농작물이 물에 잠기는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비구름대 영향으로 당분간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시설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9일 경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12분쯤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부기천에서 40대 여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이 차량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운전 중이었던 이 여성은 자동차가 물에 잠기자 차량 밖에 나와 잠시 서 있다가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장비 21대, 인력 93명을 동원해 A씨를 수색 중이다.
이날 오전 6시28분쯤 대구 구지면 유산리 가산교차로에서는 차량 4대가 길 위에서 침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 활동을 펼쳤다.
호우로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물에 잠겨 농민 시름도 깊어졌다. 경북에서는 농작물 632.5㏊(안동 256.4㏊·상주 125.9㏊·의성 155.2㏊·영양 62.0㏊·예천 33.0㏊)가 침수됐다. 전북 익산 용동·망성면 일대 비닐하우스 20㏊(상추·토마토·수박)에도 밤사이 물이 들이찼다.
충청지역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44분쯤 충남 홍성군 홍성읍의 한 주택가 축대가 무너지며 도로가 유실됐고, 세종시의 주택 벽체가 기울어져 행정 당국이 긴급 안전조치에 나섰다.
계속되는 장맛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던 서울 한양도성도 피해를 봤다. 전날 오후 10시쯤 북악산 백악쉼터 인근 한양도성 성곽 약 30ｍ 구간이 무너져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창의문에서 청운대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출입 통제하고 있으며 추가 피해가 없도록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한양도성과 북한산성·탕춘대성을 잇는 ‘한양의 수도성곽’은 지난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선정돼 예비평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적인 충남 태안 안흥진성에서도 성벽 약 3.5ｍ 구간이 무너졌고,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안동 영양남씨 남흥재사에서는 건물 뒤쪽의 토사가 흘러내렸다.
대구·홍성=최일영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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