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TV토론 참패의 늪에 빠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수일 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캠프 직원들에게 레이스를 지속할 뜻을 직접 설명하며 대선후보 사퇴에 선을 그었지만, TV토론 영향이 여론조사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회람되는 등 당내 압박도 거세지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민주당 전국위원회 전화 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해 “민주당이 단결하면 우리는 항상 승리해 왔다.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라며 선거에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민주당 리더이며 누구도 나를 밀어내지 못한다”며 “분명하고 명료하게 말하겠다. 나는 출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20년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긴 것처럼 2024년에도 다시 이길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힘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선거 완주 의지를 강조하며 당내 혼란을 단속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댐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TV토론 이후 한 핵심 측근에게 ‘향후 며칠 안에 대통령직에 나설 수 있음을 대중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면 대선후보직을 구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이를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빨리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과 그의 팀은 이번 주 민주당 사방에서 ‘암울한 최후통첩’을 청취했다”며 “신속히 직무 적합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강제로 사퇴시키기 위한 중대한 시도에 직면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NYT·시에나대 공동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은 각각 41%, 49%로 나타났다. 둘 사이 격차는 NYT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8% 포인트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도 바이든 지지율은 42%에 그치며 트럼프(48%)에 6% 포인트 밀렸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 초안이 민주당 하원의원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이 지난 2일 처음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한 데 이어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도 사퇴 요구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하원의원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바이든이 이길 것이라고 믿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원이 독립기념일(4일) 휴회를 끝내고 9일 열리면 바이든 거취 문제가 자연스레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악시오스는 9일로 예정된 민주당 하원의원 정례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주류 언론의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이날 사설을 통해 바이든이 나라와 당을 위해 출마 포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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