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첫 수주에 성공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중국 텃밭’으로 불리는 LFP 배터리 영역에서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봤다는 점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 입지를 키운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공급 기간은 내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다. 공급 규모는 약 39GWh(기가와트시)로 순수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계약 금액은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수조원대로 보고 있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하지만 안정적인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됐다.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의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최근 중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늘어나면서 가격 요건을 맞출 수 있는 LFP 배터리 수요가 늘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까지 LFP 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고용량 삼원계(NCM) 배터리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LFP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최초로 모듈 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기술인 셀투팩(CTP)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배터리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수주를 따낼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3450억원을 투자해 호주 리튬 광산 기업 라이온타운의 리튬 정광 175만t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500만대 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같은 날 안정적인 원재료와 수주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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