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키즈카페에 무제한 ‘라면방’까지… 맘카페선 이미 ‘핫플 교회’

충북 청주서남교회(장승권 목사)엔 평일에도 어린이는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 교회’의 출발은 2018년 교회 지하 462㎡(약 140평) 공간에 만든 키즈카페였다. ‘하이랜드’라는 이름의 카페는 교인과 지역 어린이를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미 지역 맘카페에서 ‘무료’ ‘안전’ ‘청결’ 등의 키워드로 언급되는 ‘핫플’이 됐다.



오전에는 지역에 있는 50여곳의 어린이집·유치원 원생들이 하이랜드를 찾는다. 이들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에서는 예약을 하느라 경쟁도 치열하다. 오후에는 방과 후 초등학생이나 부모님과 함께 찾는 미취학 아동들이 줄을 잇는다. 30여명의 봉사자들은 2인 1조로 매일 2교대 근무를 하며 ‘어린이 고객’을 돌본다. 월요일만 문을 닫는 하이랜드에는 현재 2200여명의 어린이 회원이 있다. 이 가운데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은 100명 남짓이다.

지난 27일 교회에서 만난 장승권(57) 목사는 “워낙 주민들이 많이 찾다 보니 ‘전도를 위해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면서 “선교가 교회의 본질이지만 하이랜드는 어린이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교회를 놀이터로 여길 수 있다면 전도를 위한 토대만큼은 잘 닦였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교회는 의외로 젊지 않다. 1955년 설립한 교회는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다. 이 교회에 장 목사가 부임한 건 2017년 10월이었다. 장 목사는 “연륜 있는 교회는 안정감이 있지만 교인 평균 나이가 많아 역동성이 다소 떨어지는데 부임해 보니 우리 교회가 딱 그랬다”면서 “그래서 키즈카페를 통해 교회를 개방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의 결단은 성공적이었다. 하이랜드에 이어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해 ‘에메트’라는 이름의 북·스터디카페도 문을 열었다. 장 목사는 “지역에 맞벌이 부부가 적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학원을 돌거나 집에서 혼자 지낸다는 걸 알았다”면서 “저출산 시대에 교회가 부모 없이 낮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둥지가 돼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당회와 상의해 교회 안에 스터디카페를 설치했다”고 했다.

에메트에서는 100여명이 동시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 책장으로 둘러싸인 북카페는 개방감이 돋보였고 독서실처럼 꾸며진 스터디카페는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도 월요일에는 문을 닫지만 나머지 날은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개방한다. 40여명의 교인 봉사자가 3교대 근무하며 학생들을 맞이한다. 지난 1월부터 1885명이 이곳을 이용했다고 한다.

봉사자 김미영 권사는 “중학생 이용자가 가장 많고 야간 자율 학습에 참여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은 주로 주말에 스터디카페를 찾는다”면서 “무엇보다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안식처로 집에 혼자 있거나 학원과 편의점을 전전해야 할 아이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전했다.

교회는 스터디카페 맞은편에 ‘로뎀홀’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이곳을 ‘라면방’이라고 부른다. 라면방에는 이른바 ‘한강 라면 기계’ 석 대가 설치돼 있는데 라면과 김치, 밥을 무제한 제공해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라고 한다.


22년 동안 군목으로 사역하다 중령으로 예편한 장 목사는 3·5·9사단, 육군사관학교 등을 거쳐 2010년 아프가니스탄 파병 1진에 속해 전투지역 파병 경력이 있다. 목적을 세우면 당장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은 이런 경험에서 왔다고 한다.

장 목사는 “당장 교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는데 계획만 세우며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교회가 이처럼 안전한 공간이 돼 주는 것만으로도 출산율 반등을 위한 의미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를 거쳐 엔데믹 시대에 무너진 교회를 바로 세우려는 교회들이 아이들과 젊은 세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면 부흥의 새로운 길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교회를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교회는 교회학교와 청년·대학부 구성원을 다음세대라고 하는 대신 ‘미래세대 공동체’라고 부른다. 장 목사는 “올 초부터 이렇게 명칭을 바꿨는데 부를 때마다 미래에 투자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100여개 목장 공동체를 중심으로 각 목장이 모두 활발히 교제하며 작은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이런 공간들이 결국 가정을 세우고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교회는 교회의 목장 공동체를 위해 교회 안에 글램핑장도 만들었다.

교회는 지난해부터 출산 가정을 적극 격려하고 있다. 신생아가 교회에 처음 나오는 날 장 목사가 축복기도를 한 뒤 50만 원의 격려금을 전한다. 장 목사는 “쌍둥이는 두 배의 격려금을 전하는데 최근 한 은퇴장로님이 쌍둥이 가정에 사재로 100만원을 더 지원하겠다고 하셔서 더 크게 격려하게 됐다”면서 “격려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교회 공동체가 출산에 얼마가 관심이 큰 지, 새로 태어나는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로 3040세대에 큰 격려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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