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재미’로 승부하는 만화 성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경 이야기에 10·20세대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어)을 입힌 ‘갓스툰(God’s toon): 창세기 편’(두란노)과 마블코믹스 등 슈퍼 히어로 원작만화 그림체로 성경 인물을 박진감 있게 그려낸 ‘액션 바이블 세트’(생명의말씀사)다.
웃기는데 교훈도 있다
‘갓스툰: 창세기 편’은 CGN 갓툰팀이 동영상으로 제작한 만화 ‘갓툰’을 지면으로 옮긴 것이다.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성경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이 만화의 평균 조회 수는 1만여 회에 달한다.
에덴동산부터 요셉 이야기까지 다루는 책을 읽다 보면 ‘이 밈이 왜 여기서 나와’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삭의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아브라함의 명령을 받고 고향 하란으로 떠난 시종 엘리에셀의 미소는 배우 마동석이 ‘씨익’ 웃는 짤(짧은 영상) 속 모습을 빼닮았다. 허기 때문에 장남의 특권을 팔아버린 에서는 동생 야곱의 팥죽을 보며 “아는 맛이 무섭다”며 군침을 흘린다. 요셉의 인생을 게임 화면처럼 재구성한 장면도 이채롭다.
다음세대와의 소통에 신경 쓸 뿐 아니라 현시대의 문제도 짚어내려는 제작진의 노고도 곳곳에 엿보인다. ‘소돔과 고모라’ 편 말미엔 “인간은 죄 때문에 심판받았지만 계속해 죄를 반복해 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죄를 지으며 살아간다”며 소돔과 한국 사회의 단면을 교차해 보여준다. 현재 모세와 다니엘 등 성경 인물 중심의 만화를 업로드 중인 제작팀은 향후 이들 영상도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어벤저스 아닌 성경 속 ‘진짜 영웅’을 만난다
최근 출간된 ‘액션 바이블’은 브라질 출신 미국 만화가인 세르지우 카리에요가 2011년 펴낸 동명 만화를 증보한 ‘최신개정판’이다. 기존판에 128쪽 분량의 25개 이야기를 새로 추가했다. 3권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2권에 구약성경을, 나머지엔 신약성경의 주요 이야기를 담았다.
마블과 DC코믹스 등 미국의 유명 만화 출판사에 몸담으면서 캡틴 아메리카, 배트맨 등을 그린 저자의 내공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성경 이야기이지만 역동적인 그림체와 원색적 색채 배치 덕에 히어로 코믹북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과 배경 묘사, 대사는 성경을 기반한 고증에 충실한 편이다. 천지 창조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및 초대교회 내용이 3권에 걸쳐 소개돼 전권을 다 읽으면 성경의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어벤저스, 원더우먼 등 여러 유명 캐릭터를 그렸고 이에 자부심도 느끼지만 이들 작품의 주인공과 이야기는 끝이 있다”며 “이에 반해 성경의 이야기와 그 영향은 영원하다. 그리스도인 만화가로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은 특권이자 평생의 명예”라고 밝혔다. 다음세대는 물론이고 어벤저스에 익숙한 청장년에게 반가울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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