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생존. 어감은 비슷하지만 뜻이 다르다. 생활은 의미와 목적을 담고 있지만 생존은 그저 생명 보존을 뜻할 뿐이다. 생활이 있는 노인과 생활 없이 생존만 하는 노인의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역설적이게도 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근육 이름이 ‘생존근육’이다. 생존근육은 골격근처럼 힘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기능뿐이다. 허나 생존할 수 없다면 어찌 생활할 수 있겠는가. 활기차게 생활하는 젊은 노인이 가진 건강 자본이 바로 생존근육이다.
근육에는 ‘수의근’과 ‘불수의근’ 두 종류가 있다. 수의근은 말 그대로 의지를 따라가는 근육이며, 불수의근은 의지를 따르지 않는 근육이다. 매력과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근육이 수의근에 해당하는 골격근이라면, 생활을 영위하도록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는 생존근육이 불수의근이다. 불수의근은 의지에 지배되지 않을뿐더러 능동적으로 운동해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내 의지로 심장 속도를 조절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내장의 숨겨진 근육 활동을 내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오류와 판단 착오가 연발될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것이다. 불수의근은 우리의 이성보다 더 엄밀하고 정확한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영향을 받아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심장과 혈관, 폐와 식도의 근육, 소변을 담당하는 방광 근육이 바로 불수의근이다.
우리 몸의 심각한 질병은 대부분 혈관이 고장 나 생긴다. 혈관의 중간층에 속한 혈관 근육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혈관에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혈관으로 영향받는 조직이 경색되면 죽음을 맞는다. 뇌혈관이나 심장·내장 혈관이 막히는 경색의 빈번한 원인이 이 혈관이다.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고혈압 장폐색…. 불수의근 문제로 생기는 질병은 치명적이다. 숨겨져 있지만 일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근육이 바로 불수의근이다.
숨겨진 생존근육을 건강 자본으로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정 약을 먹거나 운동을 하면 좋아진다는 거짓 정보가 판을 치지만 그렇지 않다. 불수의근은 늘릴 수 없다. ‘성인이 돼 완성된 근육을 어떻게 오래 유지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이해의 지평이 만나는 것이 ‘일상의 환경’이다. 불수의근을 좋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고 지속해서 그 환경을 유지하는 바른 생활을 하는 것! 이것만이 해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 식사, 무엇보다 중요한 규칙적 수면, 스트레스를 피하는 마인드! 이 간단한 생활 환경을 유지하며 생활하다 보면 쪼그라들거나 병들던 생존근육이 다시 정상화 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순응’의 원리라고 한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을 때 불수의근이 이에 순응해 물리·형태·생화학적인 특성을 조정하는 현상이다.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적당한 운동을 습관화하고 혈압을 비정상으로 만들던 식습관을 탈피해 스트레스를 줄이기. 기복이 심한 감정을 잔잔하게 유지하기. 깊이 잠들도록 노력하기! 이런 일상이 쌓이면 생존근육이 이 환경을 항상성으로 받아들인다. 자율신경계의 주파수를 이 환경에 맞춰 그에 순응하는 건강한 근육으로 회복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말미암았다는 성경 말씀은 진리다. 화려한 골격근을 가진 사람 중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적잖다. 보이지 않는 생존근육이 건강하지 못해서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열심히 해서 화려한 골격근을 만들기보다 잔잔한 삶의 환경 가운데 영육 간의 조화로운 삶을 사는 편이 훨씬 더 건강하게 장수하는 길이다.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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