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이력서 내야 수출”… 유럽발 규제 폭풍 몰아친다

2년 뒤 ‘디지털 제품 여권’ 시행… QR코드로 정보 확인
한국, 뒤늦게 대책 발표 검토… 범부처 차원 대응 시급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디지털제품여권(DPP) 제도’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EU에 수출하거나 공급망에 포함된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의 글로벌경쟁력이 높은 분야부터 적용된다는 점에서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U는 2022년 3월 순환경제 구축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코디자인규정(ESPR)’을 발표하면서 “EU 내에 유통되는 모든 물리적 제품에 대해 DPP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DPP 제도는 EU 이사회와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발효된 뒤 이르면 2026년 도입된다.

DPP는 EU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저장해 공유하는 일종의 태그를 의미한다. 원자재 공급, 유통 관련 정보에 더해 제품 내구성, 재활용·수리 가능성, 재활용 원재료 비율, 환경발자국 등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포함한다. 제품별로 여권과 유사한 번호가 부여되고, 소비자는 제품 포장지의 QR코드나 바코드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DPP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탄소발자국(PCF) 데이터, 원자재 추적 데이터 등 자사 제조공장에서 수집·계산한 데이터뿐 아니라 원료 단계부터 전체 공급망의 표준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갖추지 못하면 EU시장 진출에 제한이 생긴다. 특히 한국 기업이 앞서 있는 배터리 분야는 첫 적용 대상이다.

문제는 디지털 기반의 공급망 생태계 구축을 개별회사가 준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급망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과 1~n차 벤더(도매업체)들이 있다. 이들 공급망 참여 업체의 제조 전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별기업이 마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시스템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일본과 달리 준비가 미비하다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일고 있다.

정부는 DPP 제도 도입이 예고된 지 2년 뒤에야 뒤늦게 대응책 발표를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상반기 중 ‘국가 디지털 트윈 전략 수립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DPP 대응 전략도 여기에 담긴다. 다만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구체적인 실증사업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때문에 범부처 협의체 가동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9일 “개별 부처들은 산업계의 중대 변화를 끌고 갈 예산과 역량이 없다”며 “범부처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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