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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문간호사 역할 강화하고 의사 독점 권한 분산해야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들도 8일부터는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된다. 이한형 기자

오늘부터 숙련된 전문간호사가 전공의 대신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간호사 업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면서 공식화됐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간호사들에게 법적 권한이 없는 의료행위를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기회에 미국처럼 전문간호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에 의사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미국의 전문간호사는 백신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약 등 일부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일반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석사나 박사과정을 마쳐야 한다. 미국은 주마다 의료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간호사의 업무 영역과 법적 권한은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도 전문간호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의사의 위임과 지도를 받아야 한다. 개정된 복지부의 가이드라인도 의사의 위임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한계가 많다. 전공의가 이탈한 수련병원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의료 정상화가 되면 간호사들의 업무도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문간호사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의사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재고할 때가 됐다.

의사가 과도하게 독점하고 있는 의료 직역의 문턱을 과감히 낮춰야 한다. 모든 의료행위를 의사에게 몰아주다 보니까 국가의료시스템이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절대적으로 취약해지는 모순이 발생했다. 전문간호사뿐 아니라 물리치료사나 문신시술사도 단독으로 개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나 생활피로 등으로 척추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즐겨 찾는 카이로프랙틱이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물리치료사라도 의사에게 고용되지 않는 한 개업할 수 없다. 문신시술도 유독 한국에서만 의사의 독점적인 의료행위로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판례를 남겼지만 최근 하급심에서는 이 판례를 따르지 않고 문신시술사들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의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시술 면허를 받을 수 있다. 무엇이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들의 기득권 침해 여부가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과 편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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