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제약 업계의 주요 화두는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ADC(항체·약물접합체)다.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난관이 많지만 한 가지만 개발해도 수조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와 국내 기업들은 직접 투자는 물론이거니와 기술거래나 인수·합병(M&A) 방식으로 ADC 경쟁에 뛰어들었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한 뒤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술이다. 약물이 암세포에만 직접 방출되면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해 이른바 ‘유도탄 항암제’로 불린다.
현재 10여개의 신약만이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항체·약물·링커 물질 개발과 이를 결합하는 기술을 고루 갖추기 쉽지 않다 보니, 아직은 시장을 여는 단계다. 개발 성공까지 난제가 많지만 기존 화학 요법 항암제들과 달리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게 강점이다. 골수억제, 점막염, 탈모 등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ADC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M&A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하고 있다. 존슨앤존슨(J&J)은 이달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DC 개발사 엠브렉스 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약 2조63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 화이자, 머크 등도 지난해 ADC에 수조원대 투자를 이어갔다.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도 올해 ADC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최대 지분을 확보한 셀트리온은 2025년까지 ADC 신약 임상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4분기 완공 예정인 미국 시러큐스 공장 내 ADC 설비를 갖추고 2025년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항체 의약품을 개발해온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말 앱티스를 인수하면서 ADC 분야 외부 기술을 도입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종근당은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시나픽스에서 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ADC 항암제 개발에 나선다.
식품업체인 오리온도 최근 ADC를 개발하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레고켐은 지난해 12월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ADC 기반 신약후보 물질 기술을 2조2400억원에 수출하기도 했다. 오리온의 투자에 힘입어 레고캠은 연간 후보물질을 추가 발굴하고 5년 내 자체 임상 1·2상 단계의 후보물질을 5개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2022년 59억 달러(약 7조7000억원)에서 2026년 130억 달러(약 17조2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2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23일 “ADC 의약품은 한 가지만 개발에 성공해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며 “빅파마들이 면역항암제 이후 항암 시장의 주류로 ADC를 꼽으면서 이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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