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종전’을 목표로 하는 90일간의 단계적 중재안을 내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은 지난해 11월 30일 일시 휴전 종료 이후 교착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국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새 협상안을 두고 조만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인질 석방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새 중재안에는 90일간의 3단계 과정이 담겼다. 1단계에서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불특정 기간 전투를 중단하고 이스라엘은 자국 교도소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한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며 드론을 통한 감시도 중단한다. 또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 규모도 두 배로 늘린다.
2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군 인질을 석방하고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인질 시신을 본국으로 인도하는 한편 이스라엘은 더 많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 3단계에는 이스라엘 남성군인 인질을 석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표면적으로는 새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종료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는 한 인질 석방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스라엘도 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인질·수감자 교환을 위한 2주간의 일시적 교전 중단 안을 제시했다고 이집트 측 관리들이 WSJ에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의 요구에는 가자지구에서 우리 병력의 철수, 모든 살인자와 강간범의 석방, 하마스를 그대로 두는 것까지 포함됐다”며 “나는 하마스 괴물들의 항복 조건을 정면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하마스 고위 관리는 이를 두고 “포로(인질)들의 귀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양측이 적어도 논의 테이블에 복귀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협상 참여에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중재국들이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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