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산으로 가고 있다.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더니, 이번엔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을 주도하는 사외이사 전원이 ‘호화 이사회 논란’으로 경찰에 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포스코는 수사와 별개로 회장 선임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새판짜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포스코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포스코 사내·사외이사 등 고위 임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중에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위원장인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후추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외이사 7명이 모두 포함됐다. 최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현직 임원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8월 6~12일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열어 모두 6억8000만원을 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교수인 사외이사들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7일 포항 지역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경찰로 사건이 이첩됐고, 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후추위는 고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활동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후추위는 지난 12일 입장문에서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비판하는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해 앞으로 더 신중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경찰 수사와 별개로 후추위 일정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포스코 안팎에서는 ‘KT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KT는 지난해 하반기 당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놓고 내홍을 겪다가 사외이사 전원을 새로 구성한 뒤 LG 출신의 김영섭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후추위는 한끼에 수천만원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난 상황이다.
또 내부 유력 후보군이 입건 대상이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외부인 출신이 차기 회장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후추위도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장 선임 절차 과정에 갑자기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기에 외부 후보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후추위가 과연 후임 회장을 뽑을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후추위는 앞서 내부 7명, 외부 15명 등 22명의 후보군을 꾸렸다. 이달 말 5명 내외로 심층인터뷰 대상을 선정하고, 다음 달 중 최종 후보 1명을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차기 회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