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을 즐겨먹는 김모(23)씨는 최근 평소 사용하지 않던 배달앱을 켰다 단골가게의 배달요금이 평소 쓰던 앱보다 2000원 더 비싼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자주 시켜먹는 곳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주문할 뻔했다”며 “같은 가게인데 배달요금 차이가 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같은 식당인데도 배달 플랫폼에 따라 배달요금이 달라져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점주들이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큰 플랫폼에서 손님에게 더 많은 배달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앱마다 천차만별인 수수료 체계가 소비자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민일보가 배달의민족·요기요에서 서울 관악구와 강남구 식당 90곳의 ‘일반배달’ 요금(최저 주문금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 두 플랫폼에서 배달요금이 다른 업체가 76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에서 더 싼 곳이 53곳, 요기요에서 더 싼 곳이 23곳이었다. 가격 차이는 최대 3900원까지 벌어졌다. 일반배달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플랫폼과 배달요금이 무관하다. 배달 플랫폼이 아닌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음식을 배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점주들이 대부분 배달앱에 따라 달라지는 중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요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덜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앱 간 중개 수수료 차이를 반영해 수수료 부담이 큰 배달앱에서 배달요금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식당인데 달라지는 배달요금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박모(30)씨는 “요기요에서 요기패스를 구독하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구독료와 배달요금까지 계산하면 큰 혜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요기패스는 한달에 9900원을 내면 배달 주문금액을 12회에 걸쳐 총 3만원 할인해주는 서비스다.
실제로 배달 플랫폼마다 수수료 체계는 천차만별이다. 플랫폼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거래 중개만 하는 경우, 배달의민족은 점주에게 주문 건당 6.8%의 수수료 혹은 광고 한번에 8만8000원의 광고 이용료를 받는다. 요기요는 주문 건당 12.5%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다. 각 배달 플랫폼들은 “점주와 소비자, 플랫폼 모두의 이익을 고려해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달앱에서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에도 플랫폼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요금이 다른 건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소비자단체협의회의 ‘배달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단건 배달(배민1 한집배달)요금이 쿠팡이츠보다 더 비싼 경우가 62.2%였다. 단건 배달의 수수료·배달요금 체계도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는 소비자가 여러 개의 배달앱을 깔아 동일한 음식점의 배달요금을 수 차례 비교해봐야 한다”며 “복잡한 배달시장의 구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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