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언급하며 ‘반국가세력’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후폭풍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팩트에 근거한 발언”이라며 윤 대통령을 엄호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어울리는 언사”라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한 발언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발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이 여야 협치와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행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 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해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인 말씀을 한 것”이라며 “어제 참석한 단체는 우리나라를 반안보세력으로부터 구하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TPO(시간·장소·상황)를 감안해서 듣는 것도 괜찮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서도 “주적 북한에 맞서 싸운 자랑스러운 승전(제2연평해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이 해전의 희생자들은 따돌림을 당했다”면서 “민주당 권력자들은 북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채 막연히 북한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를 구걸하며 우리 호국용사들을 욕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 당부한다. 발언이 세다고 국방이 강하지 않다”며 “우월한 전쟁 준비, 확전 불사, 종전선언 왜곡 등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어울리는 언사”라고 지적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이라며 “국민 통합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원로들도 윤 대통령 발언을 규탄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CBS라디오에서 “극우에 포획돼가는 느낌”이라고 말했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윤 대통령도 반국가세력 정부 부역자냐”고 따졌다.
박민지 신용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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