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사진)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 “단기적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어 “핵 재배치를 통해 김정은, 그리고 누가 됐든 그 후계자에게 한·미가 주저 없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며 “이렇게 해야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주최한 ‘아산플래넘 2023’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핵 재배치를 하는) 그사이에 한국은 시간을 벌어 별도의 핵무기 보유 능력을 키울 것인지 여부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볼턴은 ‘네오콘’(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들) 중에서도 초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인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발사·투하 가능한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이는 여전히 우리의 중심적 관심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면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산플래넘 2023’의 다른 참석자들도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저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판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상호 확증 파괴)를 공식화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1991년에 철수한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도 “공군기지나 전투기에 핵무기를 탑재한다든지 영해에 핵잠수함을 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북핵 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저장고 시설만 있다면 핵전력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확장억제 강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영상 축사에서 “확장억제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우리가 한국과 나란히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핵무기 사용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햄리 회장은 이어 “이후 어느 시점에 한국이 자체적인 핵 억제력을 가져야겠다고 느낀다면 최소한 이에 따를 부담이나 특별한 의무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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