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경남 창원시 명곡지구 행복주택 현장을 찾아 시공사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했다. 관리장급 900만원, 팀장 800만원, 반장 700만원 등의 인건비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공사가 요구를 거절하자 건설노조는 노조 소속 사업자에게 레미콘 장비와 콘크리트 펌프카 투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콘크리트 공급이 끊기자 공사는 24일간 중단됐다.
앞으로 건설현장에서 이런 불법·부당 행위는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경우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된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는 면허가 정지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보고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임금 이외의 웃돈으로 지급돼 온 월례비를 원천 차단하고,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현장을 점거하는 경우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품위 의무 위반 규정을 적용해 부당한 금품을 수수하면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를 정지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강요나 협박에 따라 월례비를 받으면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서도 면허정지를 할 수 있는 벌칙사항이 있다”며 “오늘(21일) 이후부터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 계도기간을 거쳐 3월부터 즉시 자격정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월례비 문제는 전체 건설현장 불법행위 중 59%를 차지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국토부는 실태조사 결과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월례비 243억원을 받았다고 집계했다. 전체 평균 수수액은 556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기사 한 명이 연간 2억1700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 17일 기준 불법행위 400건(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하고 20명을 구속했다.
건설노조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공공기관도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창원 행복주택 건에 대해 형사 고소에 이어 이달 중 손해배상청구도 추진키로 했다. 실제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하도급사) 대신 공공기관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보복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대한건설협회 등 유관 협회도 익명신고센터를 만들어 고발 대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원도급사와 감리자에게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신고 의무가 부여된다.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최초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을 주는 제도도 마련될 예정이다.
국토부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는 방안은 이번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않았다. 원 장관은 “특별사법경찰은 입법 과제이기 때문에 당장 이번 특별단속에는 동원될 수 없는 제도”라며 “관계부처 간 실무적인 사항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입법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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