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압수수색 관련 형사소송규칙 개정 방침을 밝힌 뒤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개정안 내용은 피의자 참여권 확대 및 검색어 구체화, 사전 대면 심사로 요약되는데, 검찰은 이런 변화가 증거 인멸과 수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법원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이달 초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는 전자정보 압수·수색·검증 과정에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에 대한 참여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실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내부에선 곧바로 압수수색 대상자와 피의자가 서로 다른 경우에도 피의자가 참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도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참여권이 보장되는데, 이 규정이 만들어지면 피의자가 자신과 관련된 제3자의 압수수색에도 참관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가령 다수 피의자의 범행 모의 상황을 밝혀내기 위해 제3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을 때 피의자 참여가 허용된다면 현장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규정의 취지가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압수수색 당사자에 대한 참여권을 강화하자는 차원이지 피의자의 참여권을 제3자 압수수색까지 넓히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개별 증거능력을 판단하면서 판례에 담았던 내용을 이번에 정리해 문구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에 검색어를 일일이 기재해야 한다는 규정을 놓고도 검찰과 법원의 시각은 엇갈린다. 법원은 압수수색 대상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는 것을 막으려면 규정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광범위한 사생활 내용을 담고 있는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권리 침해가 일어난다는 지적도 이번 개정 시도의 배경이다.
수사기관에선 범죄 대응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파일명을 바꾸거나 숨기기 쉬운 전자정보 특성을 고려하면 정해진 검색어만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간 증거 확보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마약이나 성범죄, 조직범죄 사건에선 각종 은어가 사용되는 데다 수사상황에 맞춰 명칭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불법촬영 동영상 제목을 숫자나 알파벳으로 조합하고, 필로폰을 은어 ‘아이스’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검사나 당사자, 제보자를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또한 “수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검찰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대법원은 수사의 밀행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심문만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검사 출신인 국양근 판사는 지난 14일 법원 내부망에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다음 달 14일까지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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