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남부지법 308호 법정. 변호인은 “증인,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에 비춰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피고인 6명은 기후단체 ‘멸종저항서울’의 활동가다. 2021년 3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당사를 기습 점거해 항의 농성을 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20년 넘게 환경운동 활동을 했고 정의당 당직자 경력이 있는 증인에게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문제를 잘 설명해주셨다”면서도 “당직자 생활 중 당사 건물 외벽을 탄다거나 하는 형태의 시위를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윤지숙 판사 심리로 열린 기후활동가 6명의 공동주거침입 혐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증인을 가운데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애초 6명을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이들은 “법원 판단을 듣겠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수원지법은 18일 기후활동가 2명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을 진행한다. 이들은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참여를 비판하며 경기도 성남 두산중공업 건물 앞 조형물에 수성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은 기후활동가 4명의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 사건 판결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 열린 ‘수소 환원 제철 포럼’ 행사장에 난입해 정부·산업계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1분 연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당초 청구된 벌금 1200만원의 절반 수준인 550만원으로 감경했다. 허 판사는 판결문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두 쪽에 걸쳐 상세히 적었다.
허 판사는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목적 정당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익 목적이어도 여러 합법적 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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