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차량을 지원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간접광고(PPL) 관심도 커졌다.
지난 25일 방영한 재벌집 막내아들 최종화에선 주인공 윤현우(송중기)가 벤츠의 전기차 ‘더 뉴 EQS’를 운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복수에 성공한 바로 다음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비춰진 주인공의 스마트하고 진취적 이미지가 더 뉴 EQS에 덧씌워지는 순간이다. 최종화 시청률은 26.9%를 기록했다. 요하네스 슌 벤츠코리아 부사장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캐릭터와 조화를 이루는 벤츠 차량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홍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면 극중 인물이 타는 차량에 대한 호감도 함께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좋은 작품에 차량을 지원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브랜드나 해당 차량이 추구하는 이미지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포드코리아는 올해 2월 방영한 SBS 드라마 ‘사내맞선’에서 주인공인 최고경영자(CEO) 차량으로 포드 머스탱을 제공했다. 업무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지만 평소 자유를 추구하는 캐릭터가 대표 아메리칸 스포츠카인 머스탱과 어울린다는 취지였다.
벤츠코리아는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피부과 원장으로 등장한 차미조(손예진)와 김선우(연우진)의 차량으로 ‘더 뉴 EQA’와 ‘더 뉴 CLA 쿠페’를 지원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9월 ‘007 노 타임 투 다이’ 추격신에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를 등장시켰다. 늪과 강을 질주하는 모습을 컴퓨터그래픽 없이 실제로 촬영해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줬다.
흥행할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중요하다. 유명 작가가 쓰거나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는 여러 업체가 ‘참여 경쟁’을 벌인다. 제작비로 많게는 수억원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tvN 드라마 ‘도깨비’는 완성차 업체의 PPL 성공 사례로 유명하다. 드라마에는 주인공 김신(공유)이 마세라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공유가 촬영한 기아 ‘K7 하이브리드’ CF가 방영되고 있었지만 이 장면 이후 오히려 르반떼가 ‘공유 차’로 유명세를 얻었다.
아예 제작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5월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에서 협업 중이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는 전기차 아이오닉5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PPL의 실제 판매 증대 효과를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건 맞다. 시청률은 담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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