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보증보험… 가입 문턱 상향이 해법?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증보험)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고 있다.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임차인을 설득해 매매가격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식이다. 이 같은 사기 수법이 번지면서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변제 부담도 크게 늘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보험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임차인 보호가 허술해질 수 있는 만큼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HUG에 따르면 지난해 5790억원 규모의 보증보험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792억원) 이후 3년 만에 7배 이상 사고 규모가 커졌다. 올해 보증보험 사고 규모는 6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은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보증사고가 발생했을 때 HUG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HUG는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임대인에 대한 채권추심 절차를 통해 지급한 전세금을 회수한다. 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임차인은 선택 사항이다.

보증보험 사고 증가는 악성 임대인이 이 제도를 악용해 전세 사기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세금 전액을 보장하는 보증보험의 특성을 강조해 매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 체결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보험료를 대신 내겠다며 임차인을 안심시키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조정된 보증보험 가입조건이 전세사기 급증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도 있다. 국토부와 HUG는 지난 1월 임대사업자의 부채비율이 100%인 경우에도 보증보험 가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보증금과 대출액을 합친 금액이 주택 가격과 같더라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이 같은 조치가 HUG의 변제금액을 증가시킬 수 있다.

보증보험을 악용한 전세 사기가 늘어나는 만큼 국가 재정은 타격을 입는다. HUG가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HUG의 손실은 곧바로 국가 재정 손실로 이어진다. HUG가 지난해까지 회수하지 못한 대위변제 금액은 6633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기준을 낮추는 등의 보증보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경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부채비율 90% 이하인 경우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면 사고금액이 59% 감소한다. 문제는 가입조건 변경으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되는 비율이 20% 이상 증가한다는 점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고위험 가구가 오히려 안전망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안으로는 자기부담금 제도가 꼽힌다. 부채비율이 높은 임차인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되 자기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악성 임대인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선한 임차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채비율 조정, 자기부담금 부과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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