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3년여 만에 1% 포인트로 커졌다. 미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를 강타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복합 경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현행 3.00~3.25%에서 3.75~4.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계속된 금리 인상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제로(0)’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6·7·9월에 이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거치면서 상단이 4%로 높아졌다.
연준은 돈줄을 더 죄겠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연 2%)으로 되돌릴 만큼 지속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연준이 목표하는)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연준의 긴축 정책이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 둔화를 염려하며 이르면 다음 달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최종 인상 수준은 당초 전망치인 4.6%를 넘어 5%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계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5~5.25%에서 5.25~5.5%로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 회의 때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 수준으로 제시했었다.
연준의 긴축 기조를 확인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는 더 깊어졌다.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를 부추겨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가뜩이나 지난달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미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무역수지를 더 악화시키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한계 수준에 이른 가계·기업 부채 부실 뇌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코스피는 3일 장중 한때 2300선을 밑도는 등 등락을 반복하다가 전날보다 0.3% 하락한 2329.17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28.3원까지 뛰었다가 1423.8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진욱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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