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무장론’이 여권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최근 전술핵운용부대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과시한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의 핵무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핵 공유뿐 아니라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비핵화 기조가 한번 무너지면 이후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직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물밑 조율조차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대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전술핵 미사일을 연습한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확장억지력,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들이 한·미 간 현안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당내에 북핵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9·19 남북군사합의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파기를 주장한 데 이어 재차 한반도 핵무장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평화를 지키려면 북핵과 동등한 핵을 확보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적었다. 자체 핵 개발을 주장한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부터 시작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리 자체 핵무장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놓고 여론을 수렴해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제안했다.
여당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핵무장론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미·일 해상 연합훈련을 두고 ‘친일 국방’ 공세를 펼치자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핵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핵무장론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당 내부적으로 핵무장으로 인해 파생될 문제를 여러 가지 조율한 뒤 공개적으로 얘기가 나와야 한다”며 “아무것도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소리를 높여봐야 역효과만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전술핵 배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낮고, 오히려 북한이 이를 핵무력 고도화의 명분으로 삼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비용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실익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안보 관점이 아닌 정치공학 측면에서 핵무장론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여야가 공방만 하다 정작 중요한 논의는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환 구승은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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