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삼(58) 감리교신학대 객원교수는 교계 매체인 ‘가스펠투데이’에 2018년부터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뉴스 빅데이터 검색 서비스인 빅카인즈와 네이버 뉴스 검색 등을 활용해 매주 국내 언론이 교계 이슈를 어떻게 다뤘는지 살핀 ‘주간 빅데이터 뉴스 리뷰’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금주의 이슈’나 ‘금주의 좋은 뉴스’ 등도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은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팬데믹을 기점으로 한국 매체의 교계 보도 행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답은 옥 교수가 최근 학술지 ‘종교교육학연구’에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언론이 바라보는 한국 개신교’에 담겨 있다. 논문은 옥 교수가 2018년부터 이어온 ‘주간 빅데이터 뉴스 리뷰’를 집대성한 보고서인 셈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 기사는 늘었지만
옥 교수는 종합일간지 방송사 통신사 경제지 등 40개 매체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다. ‘기독교’ ‘목사’ ‘예배’ 같은 검색어를 통해 추출된 기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언론의 개신교 보도 행태를 선명하게 그려내기 위해 교계 이슈를 비중 있게 다루는 국민일보는 제외했다.
먼저 주목할 만한 지점은 코로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교회 뉴스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8년과 2019년 개신교 관련 기사는 월평균 각각 716건, 817건이었으나 2020년엔 6565건으로 전년도보다 8배 폭증했다. 2021년에도 한국교회를 다룬 뉴스는 매달 평균 2955건에 달했다.
수치만 보면 한국교회 동향에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착시현상일 뿐이다. 가령 기사량이 급증한 2020년을 보면, 기사의 보도 성향을 ‘긍정’ ‘부정’ ‘중립’으로 구분했을 때 기사의 80.7%는 중립 성향이었다. 상당수가 사건 발생이나 정보 전달에 목적을 둔 스트레이트 기사였던 셈이다. 대면예배를 둘러싼 교회와 방역 당국의 갈등,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로 대표되는 극우 기독교 단체와 정부의 충돌 등을 다룬 기사들이 그런 경우였다. 한국교회의 트렌드나 신학 논쟁, 주요 교단의 소식 등을 보도한 기사는 극히 적었다.
중립 성향의 기사가 늘면서 ‘긍정 기사’와 ‘부정 기사’의 비율은 모두 감소했다. 가령 긍정적 뉘앙스가 담긴 기사 비율은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9.9%, 10.8%였으나 2020년과 이듬해엔 각각 4.6%, 6.3%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옥 교수는 매주 개신교 뉴스의 ‘핵심 연관어’가 무엇인지도 추출했다. 핵심 연관어가 부정 성향을 띤 비율은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약 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주의 인물’에 랭크된 사람을 횟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1위는 전광훈 목사였다.
“한국교회, ‘그들만의 리그’ 됐다”
국내 언론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많이, 어떤 내용으로 보도했는지 살피는 일은 한국사회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옥 교수는 “국내 언론의 개신교 뉴스가 목회자 일탈, 교회 세습처럼 부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언론의 ‘교회 프레임’이 나쁜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가 우려한 또 다른 지점은 언론이 교계의 흐름이나 신학적 논쟁, 교회의 선행 등엔 관심을 두지 않는 이른바 ‘처치 패싱(Church Passing)’ 현상이었다.
가령 지난 8월 독일에서는 세계 교회의 유엔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11차 총회가 9년 만에 열렸으나 국내 언론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지난달 잇달아 열린 장로교단들의 총회 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관련 소식을 다룬 매체는 목회 대물림 논란을 빚은 명성교회 문제를 보도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소식을 전한 JTBC와 오마이뉴스뿐이었다.
옥 교수는 “한국교회가 갈수록 ‘그들만의 리그’가 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언론은 언젠가부터 교회를 ‘세상과 따로 노는 집단’처럼 여기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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