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나 기관을 막론하고 분열하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교회는 더 그렇다. 러시아정교회가 분열하다가 망했고 동로마교회도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화 상을 숭배하는 화상숭배파와 화상반대파가 다투고 분열하다 망했다. 사실 화상반대파의 신앙이 성경적이었다. 그런데 화상숭배파에 밀려 동로마 변방으로 쫓겨난 그들은 오스만튀르크족과 사돈 관계를 맺고 그들과 협력했다.
화상반대파는 동로마교회의 기득권을 잡은 화상숭배파 세력만 무너뜨리면 자기들의 세상이 온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동로마교회가 분열하여 서로 싸우고 있는 동안 오스만튀르크의 무라드 2세는 밖으로는 평화조약을 맺고 안으로는 전쟁 준비를 했다. 그의 아들 메흐메드 2세가 진격을 해왔다. 그러자 로마 교황청에서는 이시도르스라는 대주교를 보내 협상을 했다. “우리가 군대를 보내 도와주겠다. 대신 우리와 하나를 이뤄야 한다.”
말이 하나가 되는 것이지 실제론 동로마교회가 교황청에 귀속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동로마제국 황제는 일단 나라를 살리고 교회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이에 서명하고 동서 교회 합동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당시 노타라스 대공(조선시대 영의정 역할)을 비롯해 동방정교회 주교들이 반대하며 백성을 선동했다. “우리가 옛날 십자군 전쟁 때 서방 십자군에 얼마나 수치와 모욕을 당했는가. 황제를 따르지 말고 결사 항전하자. 우리가 추기경의 모자를 쓰느니 차라리 술탄의 터번을 쓰자.” 이 말은 교황청의 도움을 받고 귀속되느니 차라리 이슬람 세력과 손잡고 교황청과 싸우자는 말이나 다름없었다(당시는 종교개혁 이전이었다). 노타라스 대공은 완악했다. 화약 제조자 우르반이 대포를 만들자고 할 때 그를 죽이려고 했다. 대포를 만들려면 귀족들이 재정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귀족들은 희생은 안 하고 권력만 누리려고 했다. 주교들도 서로 분열해 싸우기만 하였다.
결국 노타라스 대공은 자신의 눈앞에서 자녀들이 참수당하는 것을 봐야 했고 자신도 비참하게 처형당했다. 동로마의 딸들은 겁탈당하고 주교들도 목 베임을 당하고, 예배당에서 쓰던 휘장은 어린아이들을 노예로 끌고 가는 밧줄로 사용됐다. 성소피아 성당과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한 이레네 교회를 비롯해 100여개 교회들이 다 이슬람 모스크가 돼 버렸다.
동로마제국이 멸망하기 전 1만명에 가까운 콘스탄티노플 교회 성도들이 성소피아 성당에 모여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나님, 지금이라도 어서 빨리 미가엘 천사를 보내어 저 짐승 같은 이교도들을 보스포러스 해협 바깥으로 물리쳐 주옵소서.” 그때 백마를 탄 메흐메드 2세가 성소피아 성당의 문을 열면서 이렇게 외쳤다.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내가 어릴 때 나의 어머니에게 배웠던 기독교는 평화의 종교였다. 그런데 왜 너희들은 한 하나님을 섬기고 같은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늘 싸우기만 한단 말이냐. 내가 너희들에게 알라의 이름으로 평화를 주러 왔노라.”
오늘 우리는 이 말에 가슴을 후벼파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하나 됨은 대세이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존중한다. 그러나 각자 입장에서 펴는 논리보다 역사적 교훈이 더 중요하다. 한국교회를 향한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과 관련 입법안이 밀려오고 있다.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분열된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어 대응하는 길밖에 없다. 하나 된 연합기관은 한국교회의 공익과 공공선을 추구해야 한다.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이나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반기독교적 입법 흐름을 감지한다면, 누구도 한국교회의 연합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아니 너무 늦기 전에 분열된 연합기관은 반드시 하나 돼야 한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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