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은 세금을 줄여 생산가 원가를 낮추면 소비자가격도 내려갈 것이란 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 과정을 거치면 실제 체감하는 인하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식품 할당관세로 돼지고기의 경우 최대 18.4~20% 원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 비율이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입업자들이 인하된 원가대로 판매한다 하더라도 도·소매상을 거치면 영업 마진 등으로 인하 효과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통 과정이 많을수록 원가 인하 효과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교란 등 외부 요인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세금 인하 정책으로 물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조금이나마 민생 경제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을 낸 건 긍정적으로 보지만, 최근 고물가의 원인은 유가 등 대외적 요인과 유동성 등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정부 정책만으로 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식료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대책 역시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커피 원두에 매기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면 원가 9.1%를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두를 가공해 커피를 판매할 때는 이미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고 있어 정부 지원이 커피 제품 원가에 미치는 요인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커피나 코코아 같은 기호품은 생필품이 아니라 소비가 탄력적”이라며 “농수산물 등 생필품보다 부가가치세 면제에 따른 물가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과 밀가루에 대해서도 정부는 할당관세를 0%로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인 경우가 많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제 밀가루 가격이 치솟자 546억원을 들여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지원하는 대책을 함께 내놨다.
세종=심희정 이종선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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