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름값 인하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은 데다 대다수 주유소가 유류세 추가 인하 이전 공급분 소진 이후에야 기름값을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리터(ℓ)당 1937원, 경윳값은 1929원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 직전인 지난달 30일 휘발윳값과 경윳값은 각각 ℓ당 1975원, 1920원이었다. 일주일 새 휘발윳값은 ℓ당 38원 내려갔지만, 경윳값은 오히려 ℓ당 9원 올랐다.
당초 유류세 추가 인하시 휘발윳값은 ℓ당 83원, 경윳값은 ℓ당 58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 전망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경유차 운전자 윤모(36)씨는 “경윳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다는 게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름값 인하 폭이 정부 기대와 달리 크지 않은 것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은 배럴당 109.7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104.69달러)보다 배럴당 5달러 이상 뛰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112.39달러로 3달러 가까이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폭이나마 하락한 휘발윳값과 달리 경윳값이 되려 오른 것은 경유가 러시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산 경유가 전체 수입량의 절반이 넘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수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윳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주유소 가운데 유류세 추가 인하에 동참한 주유소가 아직 적다는 점도 정책 체감 효과를 막는 요인이다. GS칼텍스,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전국 직영주유소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를 가격에 즉각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들 정유사 직영주유소는 전국에 760여개에 불과하다. 전체 주유소의 약 80%를 차지하는 자영주유소들은 기존 공급분을 모두 소진한 뒤에야 기름값을 낮춘다는 방침이어서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가 최소 2주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