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정산 내역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배달 수수료가 오르면서다. 2만2800원짜리 초밥을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으로 판매하면 A씨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은 1만4119원에 불과하다. 배달비 6000원을 비롯해 결제정산수수료 342원, 중개이용료 1550원, 부가세 789원 등으로 배민이 매출금액의 약 38%를 떼어간다. A씨는 “배민이 절반 가까이 떼어가고 거기에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까지 빼면 오히려 손해 보고 팔 때가 많다”며 “배민 영향력이 절대적이라서 이용을 안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배민이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면서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를 빼면 남는 게 없다”며 배민1 서비스를 보이콧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달 22일부터 배민1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가게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 등 3가지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기본형’은 중개이용료 6.8%에 배달비 6000원(부가세 포함 6600원), 결제정산수수료 3%를 부과한다.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지는 구조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지난 4일부터는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등 지방광역시에도 적용됐다.
배민은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장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배민1 가입시 계약한 중개이용료 12%를 업계 최저 수준인 6.8%로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인상”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배민이 지난해 6월 배민1 서비스 론칭 이후 줄곧 중개이용료 1000원,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연장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건당 1000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배민1으로 팔면 남는 게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배민1 수수료 개편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개업 7개월째라고 밝힌 한 업주는 “프로모션 종료로 배달료를 1000원씩 인상했더니 배달주문이 뚝 끊겼다. 그렇다고 안 올리자니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단건배달 보이콧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단건배달 플랫폼에서 부과하는 과한 차감비용은 온전히 고객님들과 매장의 과한 지출을 강제한다”며 아예 배민1 서비스를 해지했다. 영수증이나 리뷰 댓글 등을 통해 손님들에게 배민1 대신 일반 배달을 이용해달라고 부탁하는 업주들도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배민 횡포 대응방’을 만들고 배민 본사 앞에서 부당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배달앱에 내는 배달료와 수수료까지 가게 매출로 잡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불만이 커지면서다. 업주들은 “배달앱이 내야 할 세금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상황이 이렇자 배민도 배민1 전용 3000원 할인쿠폰 등을 지급하는 행사 등을 벌이며 진화에 나섰다. 배민 관계자는 “그동안 적자를 감당하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실경비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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