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 자연의 섬’ 제주 우도가 예술을 입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겸 환경운동가이자 미술가인 오스트리아 3대 화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의 철학과 작품세계를 담은 훈데르트바서파크가 우도 남쪽 천진항과 톨카니 몽돌해변 사이에 들어섰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며 직선을 배제한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는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이라며 자연이 주인임을 천명하는 철학을 작품 속에 담았다. 메마른 도시의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건축물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써온 건축치료사다.
이곳 파크의 건축물은 어느 것 하나 동일한 형태가 없다. 건축적 기교에서 다양성을 우선시한 훈데르트바서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개성과 독창성을 부여함으로써 건축물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훈데르트바서파크 건축물에 있는 총 78개의 기둥과 131개의 유리창 또한 각각 다른 형태를 지니며 화려하고 대담한 색감을 자랑한다.
바닥도 그냥 평평하지만은 않다. 언덕과 곡선을 좋아하던 훈데르트바서 방식대로 구불구불 높낮이가 있게 조성된 길은 그 끝에서 마주하는 예술 작품의 경이로움을 더해준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과 돌의 감촉은 자연 속의 인간을 다시 깨닫게 한다.
파크는 크게 훈데르트바서의 일생과 작품을 훈데르트바서식 건축물 안에서 오롯하게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해외 유명 예술가 상설기념관 훈데르트바서뮤지엄, 대지의 자연스러운 경사면을 따라 우도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낮게 들어선 지중해풍 저층형 프리미엄 콘도 훈데르트힐즈, 성산일출봉을 화룡점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우도의 바다를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우도 최고의 뷰카페 훈데르트윈즈 등으로 조성돼 있다. 훈데르트윈즈에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디저트 우도넛(U-DONUT)이 있다.
뮤지엄은 연면적 1424㎡에 ‘드림 투게더’(Dream Together)를 테마로 회화관, 판화관, 생애관, 환경건축관, 파크관 등 5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판화관에는 오리지널 판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되고 생애관에선 그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우표·두들 등 각종 기록이 기다리며, 건축관에는 담스타르트 스피텔라우 성바르바라 등 해외에 있는 그의 유명 건축물 모형이 모여 있다.
신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우도갤러리에선 소년 동화작가 전이수(14)의 가족을 테마로 한 ‘소중한 사람에게’가 6월 30일까지 전시된다.
훈데르트힐즈는 총 8개동 48개의 객실로 이뤄져 있다. 로비와 객실은 우도의 자연과 훈데르트바서의 예술양식인 곡선, 아치형 등의 요소를 극대화해 직선이 전하는 딱딱함은 배제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구조를 통해 입체적인 공간감을 보여준다. 객실에서는 탁 트인 제주 바다와 성산일출봉, 한라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훈데르트힐즈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 톨칸이에서는 톨칸이 해변의 큰바위얼굴을 품은 절경을 만끽하며 여유롭게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톨칸이는 소의 여물통을 뜻하는 먹돌(차돌)해안이다. 톨칸이 뒤쪽은 비와사폭포다. 이름처럼 비가 와야 폭포가 만들어진다. 훈데르트힐즈 내부 레스토랑 말차이트에선 제주 특선 식재료로 만든 이색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뮤지엄과 우도갤러리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 마감 오후 5시)다. 입장료는 어른 2만2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1000원이다. 훈데르트힐즈 투숙객에게는 뮤지엄과 갤러리 입장권, 조식 및 음료가 무료 제공된다.
우도(제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