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홍준표 의원과 단둘이 만찬 회동을 하면서 ‘원팀’ 구성을 논의했으나 오히려 갈등만 터져 나왔다.
홍 의원이 회동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등 대선 경선 때 자신을 도왔던 인사 2명을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 후보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20일 홍 의원을 겨냥해 “구태”라고 비판하자 홍 의원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맞받아쳤다.
윤 후보는 “저는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면서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전략공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홍 의원은 전날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을 통해 “윤 후보에게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조치와 처가 비리 엄단 선언 등 두 가지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을 서울 종로에, 이 전 구청장을 대구 중·남구에 각각 공천해 달라는 요구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3·9 재보선은 서울 종로, 서초갑, 대구 중·남구,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5개 선거구에서 실시된다. 홍 의원은 이 중 2곳에 자신을 도왔던 인사의 전략공천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국민일보에 “원래 보궐선거는 전략공천을 해야 하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모두 전략공천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 측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 본부장은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 자격은커녕 당원으로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의원의 측근 공천 요구를 ‘구태’라고 비난한 것이다.
윤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더 구체적인 말씀을 하기 어렵다”고 말문을 닫았다.
홍 의원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윤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느냐”며 “방자하다. 그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개적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권 본부장을 향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람’이라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후보와 홍 의원은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면서 “홍 의원의 무리한 요구가 드러나면서 선대본부로 영입하자는 목소리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갈등 봉합에 나섰다. 전략공천 대상으로 언급된 최 전 원장을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은 앞서) 당의 공식 후보를 조건 없이 도와주고 지지하겠다고 말씀하셨고, 그 기조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했다”며 “(저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종로 출마는 홍 의원과 사전에 대화한 게 없다”며 “정권교체에 집중해야지 어디 출마를 한다 이럴 계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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