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입단협)을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하투(夏鬪)’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이은 노조 파업으로 하반기 실적에 타격이 가해질까 긴장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4만8599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3.2%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에 경영성과급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을 제시했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요구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신산업 국내 유치 등 미래 협약 체결, 정년 연장 등이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조는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조기 타결해 왔지만 경영 실적이 오르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적절한 처우가 뒤따르지 않았다며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다만 사측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여름 휴가 전 타결 의지를 보이는 데다 노조도 무조건 파업하겠다는 강경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지엠(GM)은 지난 5일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결의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 76.5%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조만간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역시 지난해 임단협 교섭을 벌인 지 1년이 지나도록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 6일 임단협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회사에 보냈다. 사측은 임단협 교섭 재개 준비와 추가 제시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임단협은 총파업 기간 무노동무임금 문제와 영업사업소 추가 폐쇄 등이 새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욱 타결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6차례 실무교섭과 9차례 본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다만 주력 모델인 XM3 유럽 수출 호조에 힘입어 회사 경영 여건이 개선되는 와중이라 빠른 협상 타결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감지되기도 한다.
문제는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악재를 견디고 반등세를 타고 있는 현대차·기아라 하더라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반기 전기차 매출에 파업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넘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해 차량 주문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객 불만도 쌓이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보여주듯이 수입차 업계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늘려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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