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공모주 첫날 증거금으로 약 14조원이 몰렸다. 올해부터 공모주 균등 배정 방식이 적용되고, 중복 청약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이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에 따르면 9일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청약의 통합 경쟁률은 75.87대 1, 청약 증거금은 총 14조14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SK바이오팜, 빅히트의 첫날 증거금(각각 5조9000억원, 8조6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모았던 카카오게임즈(16조4000억원)보단 적다. 특히 청약 건수는 126만1114건에 달한다. 청약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사진)·미래에셋대우·SK증권·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 등 6곳에서 진행됐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배정은 ‘균등 방식 50%’, ‘비례 방식 50%’가 적용됐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일반 청약자의 배정 물량 중 절반 이상을 균등 방식으로 나눠주는 내용으로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전에는 청약 증거금에 따라 공모주가 배정돼 고액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최소 증거금만 납입하면 물량의 50% 안에선 동일한 주수가 배정된다. 청약 주수가 10주든 100주든 누구나 똑같이 적어도 1주씩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모주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진 만큼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는 소액 개인투자자들도 적잖이 몰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바이오 의약품의 연구·개발, 판매, 위탁생산(CMO)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지난해에 이어 IPO 시장의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대어급’ IPO가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지 등 일명 ‘카카오 3인방’,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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