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이 시행(지난해 7월 31일) 7개월 만에 우려됐던 부작용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후유증으로 새로 계약하는 전세의 경우 가격이 치솟고, 아파트 전세 매물은 반전세로 대체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임대차 시장을 중심으로 왜곡이 심화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세시장에는 이중가격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계약 갱신 매물은 직전 계약 금액의 5% 이상을 인상하지 못 하게 하는 이른바 ‘5% 룰’이 적용된 후폭풍이다. 기존 계약은 정부의 계산대로 임대료 상승 폭이 크게 제한됐지만, 새 계약 물량 임대료에는 4년 치 상승 예상분이 반영되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등촌주공아파트 41.85㎡는 지난달 11일 1억6000만원에 5%(800만원)를 더한 보증금 1억6천800만원(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그런데 22일에는 3억9000만원(3층)에 거래돼 보증금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졌다. 관악구에서도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59.58㎡ 전세도 지난 6일 5억원(23층)에 계약됐는데, 반면 최근 3억6750만원에 거래된 계약도 3건 나왔다. 이는 기존 3억5000만원에 5%를 더한 금액으로 보인다.
전세 매물의 이중가격화 현상은 이미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해왔던 부작용이다. 이중 가격이 형성된 단지에는 결국 높은 가격 매물에 대한 ‘키 맞추기’로 가격 동반 상승 현상이 벌어질 거라는 우려도 이어졌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이 발생해 임차인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전세 매물이 늘어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5684건(1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반전세 거래는 2만4909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2.9%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6개월 간 28.2%였던 것과 비교하면 4.7%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반전세 매물이 늘어나면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세 등 실제 주거비 지출은 월평균 8만4200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1, 2분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실제 주거비 지출이 줄었는데, 3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 규제로 수입이 부족해진 임대인들이 반전세로 전환하는데, 저가 주택이 이런 경향이 더 커 주거비 부담이 크다”며 “상반기 이사철 수요와 주택 현금청산 논란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전세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집값 과열 부산, 작년 허위매물 의심 비율 최고
▶임대차법 이어 최대 5년 실거주 의무… 수도권 전세난 시즌2 예고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