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 민원인 간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교통사고로 번진 갈등은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개인정보 불법 취득부터 사문서 위조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이 사건은 청와대를 거쳐 검찰로 내려왔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고 흐지부지 됐다.
개인정보 불법 보관 활용
쿠키뉴스가 입수한 내용을 종합하면 민원인 A씨는 2018년 6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관련 ㄱ보험사가 사고처리 과정 중 A씨 동의 없이 연락처를 변경, 취득하고 ‘보험금 청구를 위한 필수 동의서’란에 A씨가 서명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2012년 이 회사에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가 하루 만에 해지한 바 있다. ㄱ보험사는 이 때 전산에 남은 주민번호와 연락처를 지우지 않고 6년 가까이 보관하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용정보 이용자는 상거래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최장 5년 이내, 해당 기간 이전에 정보 수집·제공 등 목적이 달성될 경우엔 3개월 이내에 신용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A씨가 이를 항의하자 ㄱ보험사는 서명이 ‘날조된’ 동의서를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전자민원을 넣었다.
금감원, 가입자로‘둔갑’시켜
사건은 여기에서 더 커졌다. 민원 상 A씨가 ‘가입자’로 표기된 것. 민원 처리내용도 ‘금융회사와 직접 해결하라’는 취지로 작성됐다. 작성권한이 없는 ‘금융회사’ 란을 금감원이 임의로 작성해 본인을 보험 가입자로 둔갑시켰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사고 당시 ㄱ사 가입자도 아니었다”며 “금감원이 문서를 위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 측은 “민원 내용을 조작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면서도 민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삼갔다. A씨는 결국 청와대 비서실에 진정을 넣었다. 호소문은 대검찰청을 타고 관할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다.
A씨는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과 민원 담당자 B씨, C씨를 업무방해와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으로 두 차례 고소했다.
그러나 남부지검은 고소를 모두 각하 처분했다. 검찰은, B씨와 C씨가 작성한 회신서는 가독성이 없는 전자파일이므로 문서로 볼 수 없고 사무 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허위사실이나 위계 또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불기소 처분 후 사건에 관한 조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 “전자파일 문서 아니다”
이에 관해 A씨는 “대통령 비서실과 대검에서 하달된 사건인데 각하 처분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엄연한 직무유기고 관계자 처벌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남부지검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개별사건 고소, 고발사건을 검찰이 확인해주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당사자 의사가 어떨지 모르고 국민 알권리를 보장할만한 사건인지도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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