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들에게 1000만원어치 향응을 제공했다는 서울 청담동 룸살롱 술자리는 과연 언제 열렸을까. 단 한 차례라는 술자리의 날짜는 아직 일반 대중에게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날짜를 특정했지만 이를 밝힐 경우 수사에 지장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관’ 이모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부적절한 술 접대가 사실이라면 날짜까지 폭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태도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최근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중 현직 검사 3명과 서울 청담동 F룸살롱에서 만났다는 ‘유력한 날짜’를 특정했다. 김 전 회장은 검사 3명이 동반된 술자리가 단 한 차례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 진술조서에 기록으로도 남았다.
김 전 회장은 F룸살롱 종업원 휴대전화의 포렌식 자료로 드러난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기억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 측은 그간 다수 언론에 자술서를 전달하며 여러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과 폭로를 이어 왔지만, 문제의 이 날짜만큼은 ‘보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들이 알리바이를 형성하고 대응 논리를 만들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검찰 수사는 김 전 회장 측이 특정한 날짜에 총 7명의 동선이 겹치는지 입증하는 단계로 나아갈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F룸살롱에 본인과 이 변호사, 검사 3명 이외에도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있었다고 주장했었다.
현직 검사가 동반된 술자리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 측이 ‘유력한 날짜’를 골랐다는 점을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벌어진 것도 아닌 한 차례의 술자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사들과 ‘라임 수사팀’까지 언급한 자리였다면 더더욱 기억이 선명해야 하는 법이며, ‘지난해 7월’을 기억하는 근거도 힘을 잃는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날짜를 제시할 경우 곧장 반박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과거에 쓰던 휴대전화까지 총 4대를 비밀번호를 해제해 검찰에 제시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해 가며 김 전 회장이 펼쳐온 ‘윤석열 검찰총장 문상 동행’ 등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의 출장조사 과정에서 수사 의뢰 당시에는 없던 세 번째 검사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법무부 감찰 단계에서 해당 검사의 사진을 확인했지만 80% 정도만 확실하다고 판단했고, 진술조서로는 해당 검사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었다. 법무부의 서울남부지검 수사 의뢰 단계에서는 ‘성명 불상’이었는데, 이번 검찰 조사 과정에는 조서에 기록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가 진행한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주에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불출석했지만 이날은 피고인석에 꼿꼿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 그는 재판이 진행될 때 변호인과 귀엣말을 나누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김지애 정우진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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