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도 추 장관을 둘러싼 정치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검사제도 도입과 고검 항고 카드까지 꺼내들며 쟁점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면서 각종 비판을 정치공세라며 차단했다. 민주당에선 추 장관의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9일 서울시 환경미화원들과 가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 장관 불기소 처분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아들 휴가 연장 문의라는 사적인 일을 보좌관에게 시킨 것이 적절한지 묻는 말에 이 대표는 “그랬었던가요”라며 짐짓 모른 척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여하튼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명확한 답을 피한 채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추 장관을 적극적으로 방어해 온 김종민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보좌관이 개인사에 등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보좌관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하게 됐는지 맥락이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찰이 공개한) 카카오톡 내용만으로는 자세한 맥락을 모르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여권에서는 추 장관 논란이 추석 연휴를 거쳐 국정감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추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관련 사항들에 대한 기억이라든지 내용이라든지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면 그에 대한 합당한 조치와 발언, 사과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민주당에선 검찰이 추 장관과 보좌관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한 것을 둘러싸고 추석 연휴 기간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석 민심을 의식해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김 원내수석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은 근거 없는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추 장관 흔들기에 실패하자 지금은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이용해 분초 단위로 무차별적인 정쟁을 일삼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고 특별검사제도 도입 카드까지 꺼내들며 추 장관 이슈를 이어갈 태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화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불기소 결정 이유를 입수하는 대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불복 절차인 고검 항고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추석 연휴 직후 특검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며 “특검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서울동부지검의 (추 장관 아들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보고 적지 않게 실망했다”며 “결국은 특검 같은 걸 다시 한번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고 특검 추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특검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찬성 없이는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없어 현실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국민의힘의 특검 추진은 추 장관 의혹을 지렛대 삼아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가현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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