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플라스틱(plastic)과 함께한다. 아동용 장난감과 볼펜, 청소기, TV, 칫솔, 마스크, 인공 치아 관절 심장까지, 플라스틱 없는 인류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환경호르몬 범벅 가소제(고온에서 플라스틱 가공을 용이하게 하는 물질)를 대체할 친환경 가소제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물성이 우수하지만, 환경호르몬으로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인체에 노출되면 내분비계를 교란하며 생식기관에 장애를 유발하거나 임신 후 조산 위험을 높이는 등 심각한 피해도 끼친다. 특히 영유아일수록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탈레이트의 소변 중 농도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는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는 액체 괴물 등 완구부터 학용품, 매트 등에서 가소제가 쓰이는 플라스틱이 많을뿐더러, 영유아들은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행동 때문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구촌 전반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안전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안전한 가소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2009년 들어 유해성 논란을 빚은 프탈레이트 대신 테레프탈레이트를 사용한 DOTP(Di-Octyl Terephthalate)가 등장했다. DOTP는 결합 구조를 바꿔 친환경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하지만 DOTP는 기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보다 많은 양을 투입해야 하고 가격도 비싸서 경제성이 떨어졌다. 바스프 등 해외 업체들의 친환경 가소제인 DINCH 역시 고가에 이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할 때 수율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친환경적이면서도 품질과 경제성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친환경 가소제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한화솔루션이 연구개발을 통해 2017년 출시한 ‘에코데치’(ECO-DEHCH)다. 에코데치는 기존 친환경 가소제인 DOTP에 수소첨가 기술을 적용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서 유해성의 원인이 되는 육각형 벤젠 구조를 완전히 제거했다. 이를 통해 인체에 무해한 가소제가 탄생한 것이다. 현재 에코데치의 우수한 안전성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검증받았다. 식품 포장용 랩과 음료수 병뚜껑 소재, 장난감 등에서 미국의 식품의약국(FDA)과 위생안전기구(NSF), EU의 화학물질규제 기준(REACH) 시험을 통과하고, 국제공인분석기관인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에서도 안전성 인증을 받았다.
상업적으로는 물성도 우수해 벽지, 매트 등 일상에서 가깝게 쓰이는 제품으로 적용 분야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앞으로 벽지와 필름, 시트, 식품용 포장재, 바닥재, 장난감 등 환경 호르몬 없는 고성능 제품을 만들어낼 예정”이라며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를 통해 생활의 편리함과 환경을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임중권 쿠키뉴스 기자 i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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