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참모 다주택 매각뿐 아니라 참모진 일괄 사의도 직접 기획하고 지시한 당사자다. 노 실장의 거취 문제가 이번 청와대 개편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노 실장을 인사 대상에서 빼면서 일단 유임시켰다. 후임 인선과 업무 인수인계 등 여러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한시적 유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앞서 사의를 밝혔으나 이날 인사 대상에 빠진 참모들도 ‘재신임’받은 것이 아니라 ‘순차적 교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노 실장 유임에 대해 “추후 인사는 대통령 인사권에 관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도 “이미 검증을 했던 신임 참모들부터 발표한 것”이라며 “일괄 사의 문제를 일단락시킨 것이 아니다. ‘사표를 수리한다, 반려한다’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실장 유임은 우선 현실적으로 후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우윤근 전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교육 현안이 많아 자리를 옮기기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애초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됐던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으로 논란이 된 만큼 발탁 가능성이 작았다. 양 전 원장도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이 비서실장을 맡기에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노 실장이 유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사실상 유임이 아닌 유보”라며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 모두 비서실장으로 내정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후임자를 아직 구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업무가 한꺼번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가는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실장의 경우 연말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늦어도 이달 안으로는 신임 비서실장 등 후임 인선을 해야 인적 쇄신의 의미가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으로 비서실 산하 수석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 만에 단행됐다. 핵심 참모들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열리는 등 청와대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특히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는 김조원 민정수석이 불참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 후임자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수석급 참모가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수석은 퇴임 소회도 밝히지 않았다. 김 수석은 지난 주말에도 출근하지 않고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도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청와대 인사를 두고 “청와대 참모진의 사의 표명은 ‘쇼’가 돼 버렸다”고 혹평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며 “홍남기 부총리, 김현미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은 모두가 건재한 가운데 심지어 노 실장마저 유임되며 3일 전 청와대 참모진의 사의 표명은 그저 쇼가 돼 버렸다”고 논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사직 쇼”라며 “부동산 정책과 관계없는 수석들이 사표를 낸 것으로, 잠시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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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이가현 김경택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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