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승연(가명·36)씨는 23일 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공모주 청약에 처음 도전했다. 최씨가 청약한 기업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바이오 업체 SK바이오팜.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위해 예금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동원했다. 최씨는 “주변 동료들이 모두 ‘(신주) 배정만 받으면 최소 2배는 간다’고 입을 모아 눈길이 갔다”며 “코로나19로 향후 바이오 기업 성장세는 더 좋아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은 6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리며 61.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공모 첫날 이 정도 경쟁률은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청약에 관심 없던 개인투자자들도 대거 몰려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IPO 시장에 굵직한 기업들이 연이어 참전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에 이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의 게임부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 등이 줄줄이 상장에 도전하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건에 그쳤던 신규 상장 예비심사 청구 건수는 4월 11건, 5월 11건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이달에는 지난 19일까지 10건이 새로 접수됐다.
최근 공모주 청약 분위기에 불을 붙인 건 단연 SK바이오팜이다. 다음 달 2일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총 1957만6310주 공모에 나서는데, 일반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391만5662주(20%) 수준에 그친다. 공모가는 4만9000원(예상 시가총액 3조8900억원)이다. 지난 17~18일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570조원이 몰리며 835.7대 1이란 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일반투자자 대상에서도 2014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당시 경쟁률(194.9대 1)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200대 1을 넘을 경우 1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넣어도 20주(98만원)만 배정받게 된다.
올 하반기에는 대형 엔터·게임주의 상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연내 상장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1일 카카오게임즈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2018년 이후 2년여 만에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공모주 펀드의 자금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2일 기준)간 국내 110개 공모주 펀드에 126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테마형 펀드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공모주 청약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주 펀드는 신규 IPO 건에 최대 30%까지 참여해 수익을 거둔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이오·언택트(비대면)주가 공모주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와 이로 인한 수익률 저하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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