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이 16일로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 4년차 선거는 통상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엔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선거판의 모든 변수를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21대 국회의 권력 지도를 바꿀 남은 변수와 관련해 전문가 12인의 분석을 정리했다.

① 코로나 민심=정부심판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최대 변수로 꼽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5일 “코로나19가 부동의 제1변수”라며 “재난이 생기고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아쉬움이 표심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팽팽하게 나뉘었고,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방역이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과거보다 문재인정부 심판론의 위력은 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조금 더 많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처음엔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가 3일에 한 장 쓰라더니 지금은 안 써도 된다고 하는 정부의 모습에 국민은 화가 났다”며 “무능·무지·무책임, 3무(無) 정권을 심판할 이유가 쌓이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가 만든 ‘은폐형 부동층’이 여당을 응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커질수록 ‘여당 심판론’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러다 굶어 죽겠다’는 자영업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선거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코로나 국면에서 야당이 계속 비난만 하는 모습 역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 비례위성정당 효과 있을까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도가 도입되면서 미래통합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 만들기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제도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여야 계산대로 비례위성정당 의석수를 확보할지를 또 다른 변수로 꼽았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여당 심판 혹 야당 심판을 위해 투표하면서 과연 위성정당을 골라내서 찍을지 주목된다”며 “다른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을 못 하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의 왜곡을 뚫고 표심이 반영될지,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지만, 상대적으로 민심은 여당 행보에 더 비판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에 녹색당이나 민생당 등 군소정당이 얼마나 참여할지, 출범하는 모양새에 따라 표심 향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의 지지자가 결집한 상황이라 실제 의석수가 선거 전체에 미치는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층의 경우도 지지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③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에 유리?
진보정당이 승리하려면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는 선거의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이와 반대로 투표율이 낮아야 여당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는 점이 확실하다”며 “분노 투표가 되면 투표율이 올라가 야당에 유리하고, 낮을수록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에 대한 20대의 부정적인 인식이 50, 60대에 버금가는 상황이라 젊은층 표심이 과거처럼 진보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노년층이 투표장에 덜 나와 투표율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보수 야당이 손해를 볼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대 정당 둘 다 싫지만 어디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중도층도 전략적으로 표심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스윙보터들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 막말 사고, 마지막 돌발변수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돌발악재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잘하느냐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공천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통합당 양쪽 모두 내분이 커지고 있는데 누가 더 잡음 없이 사태를 마무리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공천 잡음은 통합당 쪽에서 좀 더 불거질 가능성이 크고, 여권에서는 막말 등의 사고를 칠 가능성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나 당 지도부의 ‘막말 사고’가 막판 부동층 표심에 미칠 영향이 크다.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2012년 총선 당시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건은 수도권 민심 이반을 불러오며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 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의 헛소리 한 방이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나래 김용현 김이현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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