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공포 한인타운… “미국이 한국보다 위험할 수도”

Է:2020-03-0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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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떨고 있는 워싱턴 등 미국 동부 지역 교민 사회 르포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의한 첫 사망자가 워싱턴에서 발생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의 한 약국에 ‘마스크 없습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워싱턴주에서 나왔다. 28~29일 둘러본 미국 동부의 한인타운들도 코로나19의 폭풍 속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교민들의 위기감은 복합적이다. 미국 언론들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면서 혹시나 인종차별적인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미국 의료 시스템이 한국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미국이 한국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워싱턴의 한인 의료 전문가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코로나19 검사 비용만 3400∼3500달러(410만~420만원)에 달하고,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의 검사 비용은 1000∼1700달러(120만∼200만원)로 추산된다”며 “이 돈을 내고 검사받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높은 검사 비용도 문제지만, 미국 의료 시스템이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검사를 기피하거나 숨어 지내는 확진자, 또는 잠재적 보유자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중국 등 코로나19 발생 국가·지역을 방문했거나 확진자와 접촉 후 14일 이내 발열·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무료로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본인이 원해 검진받을 경우 16만원의 검진 비용을 내야 한다. 단, 이때도 양성 판정이 나오면 검사비 전액을 환불받는다. 한국과 미국 상황이 천양지차인 셈이다.

미국 한인타운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모임 취소나 연기, 한인 업소들 매출 감소, 마스크 부족 현상 등이 이미 시작됐다. 공포감을 조장하는 루머도 퍼지는 상황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최영수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뉴욕 지역 한인타운도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면서 “한인이 많이 모여 사는 뉴욕 플러싱 지역의 한인 마트에는 쌀과 물이 동났다. 라면과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불안감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이어진다. 뉴저지주에서는 얼마 전 신천지 교도가 한인 마트·식당·사우나 등을 거쳐 갔다는 얘기가 퍼져 교민들이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또 뉴저지의 미국 식당 2곳이 ‘한국인과 중국인 출입금지’ 푯말을 내걸었다는 루머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한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많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이 다 알고 있어 아이 건강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만약 아이가 감기 기운이라도 보이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인들에 대한 차별 행위는 아직 보고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인 업체의 매출 감소도 이미 시작됐다. 박상진 뉴욕 한인요식업협회장은 “뉴욕의 한인 식당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20~30%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욕 플러싱에서 ‘동원회참치’를 운영하는 박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더 큰 걱정”이라며 “미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거나 한국인들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매출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또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될 경우 직원 감축이나 휴업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한인요식업협회 차원에서 고통 분담을 위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내려 달라고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플러싱의 한인타운은 차이나타운과 붙어 있어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초기 국면부터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았다”면서 “차이나타운에선 문 닫은 업소도 꽤 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워싱턴 인근의 한인 업주들은 한국이 코로나19 확산국으로 부각되면서 미국인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워싱턴 인근 아난데일에서 노래방을 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약 30% 줄어든 것 같다”면서 “노래방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인도 많이 오는데, 미국인들이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다른 업주는 “최근에는 아예 중국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국인 손님들이 외부 활동을 극도로 줄였는지, 아니면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번져 한국 식당을 안 찾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인 업소 두 곳은 “언론 보도로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꺼렸다.

미국에서도 마스크 품귀 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구경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감염성 입자를 막아주는 기능이 없는 마스크만 일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배송까지는 한 달이 더 걸린다.

지난해 12월 말 100개에 11달러였던 일회용 마스크는 요즘 87달러까지 올랐다. 8배 상승한 것이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감염성 입자 흡입을 막아줄 ‘N95’ 마스크가 최소 2억7000만개 부족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회사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하는 제이슨 베일리씨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긴 하지만 그것은 한국 정부가 광범위하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으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이라며 “의료보험 등 의료 시스템에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의 코로나19 공포가 한국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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