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농·어업인 대상 부가가치세 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두 조세 특례의 세금 감면액은 연 6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론 수혜층 반발을 의식해 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치권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오는 12월 31일 일몰이 예정된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과 ‘농업·축산업·임업·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농·어업인 부가세 면제)의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1999년 도입돼 지금까지 24차례 일몰이 연장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올해 조세지출 추계 규모는 4조3700억원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해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봉이 4500만원 초과 5000만원 미만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1인당 평균 299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아 45만원을 환급받는다.
농·어업인 부가세 면제는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어민이 구매한 농약 사료 비료 등 환급 대상 기자재에 부가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농·어가의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1989년 도입됐다. 1998년 일몰제도가 도입된 뒤 지금까지 9차례 연장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 특례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는 올해 약 2조3600억원으로 전망된다.
두 특례의 일몰이 재차 연장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데에는 적용 범위가 넓은 데다 장기간 적용해온 상태에서 당장 폐지가 쉽지 않은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말정산 대상(2085만2234명)의 60.4%인 1261만3111명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어업 인구는 약 228만7000가구로 여전히 200만 가구를 웃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민주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을 검토한 바 없다”며 “오히려 소득공제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 정부에서 ‘부자감세’로 비판받았던 정책들은 대거 손질될 전망이다. 먼저 세수 기반 확충을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이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법인세 인상은 응능부담 원칙(납세자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원칙)과 재정 효과, 기업 부담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여당도 법인세 인상을 공식화해 기본 방향은 정해져 있는 분위기다.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1% 포인트 하향 조정했던 최고세율을 다시 지난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높이는 안이 유력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도 법인세 인상을 뒷받침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면 기업이 투자하고 선순환 구조로 갈 거라 예상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결과적으로 총 국세는 계속 줄어들었고, 법인세도 2022년 약 100조원에서 지난해 약 60조원으로 40%나 빠졌다”고 말했다.
주식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도 원상 복구되고 증권거래세 인하분도 일부 정상화될 전망이다. 윤석열정부는 연말 대주주 회피 매물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상장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기대한 효과는 크지 않았고, 극소수 거액 자산가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갔다는 비판이 제기돼 이번 세제 개편안의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증권거래세율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돼 올해 코스피는 0%(농어촌특별세 0.15% 별도), 코스닥은 0.15%가 적용된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채 거래세율만 낮아지면서 자본소득에 과세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 여부도 검토 중이다. 감액배당은 이익이 아닌 자본을 줄여서 지급하는 배당으로, 일반배당과 달리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과세 사각지대’로 불려왔다.
다만 증시 부양에 초점을 맞추는 현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점이 변수다.
세종=김윤 이누리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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