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청년·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

Է:2020-02-0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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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상 라이벌 ‘1917’ ‘조조 래빗’ 프리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여러 부문에서 경합을 벌일 두 영화. 전쟁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1917’(위 사진)과 나치를 기발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 ‘조조 래빗’의 극 중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오스카)상 다관왕을 달성할 수 있을까.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각 부문별로 쟁쟁한 경쟁작들이 포진해 있다. 가장 위협적인 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쓴 ‘1917’과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최고상에 해당하는 관객상 수상작 ‘조조 래빗’이다.

‘1917’과 ‘조조 래빗’은 오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10개 부문,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기생충’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917’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4개 부문에서, ‘조조 래빗’은 작품상 편집상 미술상 3개 부문에서 ‘기생충’과 경합을 벌인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전쟁영화이다. 반전(反戰)에 대한 메시지는 공유하나 작품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1917’이 리얼리즘에 초점을 맞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조조 래빗’은 위트 넘치는 화법으로 세태를 비판한다. ‘1917’은 오는 19일 국내에 공개되고, ‘조조 래빗’은 지난 5일 개봉돼 관객을 만나고 있다.

참혹한 전쟁의 한가운데로

‘1917’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에게 중요한 임무가 주어진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의 수장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것이다.

영화는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청년이 겪는 하루 동안의 사투를 따라간다. 언제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두 사람은 서로만을 의지한 채 불안한 걸음걸음을 내딛는다. 주인공들의 숨소리까지 차분히 담아내는 카메라를 통해 그들이 겪는 긴장감과 두려움은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모든 장면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듯한 촬영과 연출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실감 나는 화면을 담기 위해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을 택했는데, 이는 한 번에 촬영하는 ‘원 테이크’와는 달리 장면을 나누어 찍은 후 장면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15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만에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촬영상을 거머쥔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가 촬영을 맡았다.

샘 멘데스 감독의 전작 ‘007 스펙터’의 오프닝 장면에서도 이 기법이 사용된 적 있지만, 영화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장면의 길이와 세트장의 길이가 일치해야 했고, 배우들의 동작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무려 4개월간의 리허설을 거쳐 본 촬영에 들어갔다. 대부분이 야외 촬영이라 자연광의 상태까지 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다.

캐스팅이 절묘하다. 평범한 인물을 통해 극의 공감대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신예들을 두 주연으로 앞세웠다. 반면 짧은 등장만으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배역에는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등 백전노장들을 배치했다. 배우들은 각자 주어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 수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멘데스 감독은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의 경험담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는 “이것은 당시 그들이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어떠한 희생을 했는지, 그들 자신보다 더 위대한 어떤 것을 믿고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나치를 풍자하는 새로운 시선

‘조조 래빗’은 과감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희대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그가 이끄는 나치 군단을 친근하게 표현하면서 도리어 그들의 섬뜩함을 강조한다. 영화는 10세 소년 조조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의 단상을 담아내는데, 멋도 모르고 히틀러를 추종하게 된 조조가 집에 몰래 숨어든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엄마 로지(스칼렛 조핸슨)와 단둘이 사는 조조는 나치에 완전히 빠져 있다. 독일 소년단에도 입단하는데 여린 성품 탓에 또래 친구들에게 ‘겁쟁이 토끼’라 놀림만 받는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건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 유대인은 뿔난 악마라고만 생각했던 조조는 엘사를 만나면서 그도 자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유쾌 발랄하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직접 연기한 히틀러는 너무도 익살스러워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로 인해 후반부의 비극은 더 짙게 다가온다. 조조가 나치의 실체에 눈을 뜨게 되면서, 극에 담긴 풍자의 칼날은 날카롭게 고개를 든다.

순수한 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혹함은 ‘인생은 아름다워’(1999)에서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와이티티 감독은 “끔찍한 제2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새롭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들려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인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등의 디테일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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